[정의]

조선 후기 대구 일대에서 강학 활동을 하였던 문신이자 학자인 정구가 서사원에게 보낸 편지.

[개설]

「여서행보(與徐行甫)」의 저자 정구(鄭逑)[1543~1620]의 본관은 청주(淸州)이고, 자는 도가(道可), 호는 한강(寒岡)이다. 아버지는 정사중(鄭思中)이며, 어머니는 성주이씨(星州李氏) 이환(李煥)의 딸이다. 이황(李滉)[1501~1570]과 조식(曺植)[1501~1572]의 문인이다. 모든 방면의 학문에 정통하였고, 특히 예학(禮學)에 조예가 깊어 많은 예서(禮書)를 편찬하였다. 정구는 말년에 칠곡 사수(泗水)[현 대구광역시 북구 사수동과 경상북도 칠곡군 지천면 일대]로 이거(移居)하여 후진양성에 힘썼으며, 대구를 포함한 인근 지역의 유학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대구의 연경서원(硏經書院)·도동서원(道東書院) 등 많은 서원에 제향되었다.

서사원(徐思遠)[1550~1615]의 본관은 달성(達城)이고, 자는 행보(行甫)이며, 호는 낙재(樂齋) 혹은 미락재(彌樂齋)이다. 경상북도 성주군 팔거현(八莒縣)[현 대구광역시 북구 칠곡 일대]에서 출생하였다. 서사원의 본가는 대구 남산(南山)[앞산]의 옛 역터이다. 이황(李滉)[1501~1570]의 학맥을 계승한 정구를 찾아가 배웠고, 정구는 서사원을 사우(師友)로 대우하였다. 장현광(張顯光)[1554~1637], 곽재겸(郭再謙)[1547~1615], 손처눌(孫處訥)[1553~1634] 등과 교유하였다. 서사원의 위패는 청주의 구계서원(龜溪書院)에 봉안되었고, 2008년 대구광역시의 구암서원(龜巖書院)에 배향되었다. 저서로 『낙재집(樂齋集)』이 있다.

『국역 한강집』에 수록된 「여서행보」의 이칭은 「서행보에게 주다」이다.

[구성]

「여서행보」의 편지는 『한강집』에 세 편 수록되어 있다.

[내용]

「여서행보」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봄에 써 놓은 안부 편지를 함께 동봉하여 가을에 보낸 편지이다. 정구가 선조의 묘소를 참배하러 갈 예정이었는데, 때마침 도동서원에서도 일이 있다고 기별이 와서 서사원에게 함께 동행함이 어떤지를 묻는 내용이다.

2. 서원의 일과 책을 요청하는 편지이다. 임진왜란(壬辰倭亂)[1592]으로 소실되었던 서원이 조금씩 복구되고 있는데, 유생들이 문회(文會)를 가지거나 제향을 지낼 때 물을 길러 올 여종이 절실함을 서사원에게 피력하고, 일을 대신 도모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또한 『의례경전통해(儀禮經傳通解)』 중 「상복도식(喪服圖式)」과 「상대기(喪大記)」를 인편에 함께 보내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3. 서사원의 강학 활동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을 축원하며 『역경(易經)』에 힘을 쏟아 주기를 부탁하는 편지이다. 정구의 문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맹자(孟子)』 공부에 의지를 내보였다 결국 진행되지 못하였는데, 서사원의 문하 제현(諸賢)들은 단단히 각오하여 학문을 강마한다는 소식을 듣고 축원하여 준다. 『역경』「곤괘」의 ‘육이효(六二爻)’와 ‘육사효(六四爻)’에 공력을 들여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징]

「여서행보」는 편지글이라서 산문 형식이지만 비교적 서정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세 편의 편지 서두에 안부를 물으면서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는데, 매우 시적으로 정서를 표현하였다.

[의의와 평가]

「여서행보」를 보면 정구가 서사원을 사우로서 대우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구 지역에서 성행하였던 통독(通讀)의 실제와 서원 운영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