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601330 |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화성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원영 |
수록|간행 시기/일시 | 1990년 - 「황금불상과 절골 우물」 『화성군사』하권에 수록 |
---|---|
채록지 |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슬항리 |
성격 | 설화 |
주요 등장 인물 | 주지|젊은 스님 |
모티프 유형 | 신이담 |
[정의]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슬항리 절골에 영험한 우물과 황금불상이 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
[채록/수집 상황]
1990년 발행된 『화성군사』하권에 「황금불상(黃金佛像)과 절골 우물」이라는 제목으로 892~895쪽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자료 제공자는 슬항리(瑟項理) 이창선으로 표기되어 있다. 2014년 간행된 『경기도 화성시 구비전승 및 민속자료 조사집』12-마도면 편 56쪽에는 「절골의 유래」, 「부처우물」이라는 제목으로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내용]
화성시 마도면 슬항리의 절골 마을에는 한 절이 있었고 절에는 신통한 효험이 있는 우물이 있었다. 우물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쉬지 않고 솟아올라 마을에서 길어 먹었는데, 마을주민들은 지병이 없이 장수하였다. 이에 마을사람들은 부처님 음덕으로 마을이 평안하고 장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슬항리 절골 우물이 영험하다는 소문이 인근 동리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고을까지 퍼져 불공을 드리러 오는 사람이 늘어났다. 신도가 많아지자 절에 쌓이는 재물도 자연히 늘어났다. 재물이 늘어나서 보관하기 어렵던 차에 이를 팔아서 절에 황금불상을 세웠다. 그리고는 “황금부처님께 공양(供養)을 하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널리 소문을 냈고, 신도와 재물이 크게 불어났다.
물욕이 과해진 주지는 나라에서 받은 사원전(寺院田)에서 나오는 생산물과 불어나는 재화를 이용해서 마을사람들을 상대로 취리(取利)[돈이나 곡식을 빌려 주고 그에 대한 이자를 받음, 돈놀이]를 시작하였고, 재산은 더욱 늘어났다. 마을사람들은 비싼 이자를 내며 장리쌀을 꿔서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다 흉년이 들어 갚기가 어려워지면 빌린 전곡의 이자가 몇 갑절이나 불어나 결국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할 수 없이 주지가 시키는 노역을 하며 사는 매인 신세가 되었다. 주지는 고리대금으로 재물을 쌓으면서도 마을사람들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았다.
한편 이 절에는 다른 젊은 스님이 있었는데 마음씨가 곱고 청렴하였다. 불도(佛道)에만 골몰하며 주지의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날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스님의 꿈에 흰 구름이 가득 찬 하늘에 황금부처가 나타나 말하길 “너는 중생을 위하여 할 일이 많은데 어찌 보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느냐. 절 곳간의 많은 곡식과 재물은 모두 중생들의 것이니, 어려운 때를 당하여 불쌍한 사람들에게 남김없이 되돌려 주거라.”하고는 사라졌다. 깜짝 놀라 꿈에서 깬 젊은 스님은 주지의 횡포를 막기 위해 자신에 계시해준 거라 생각하였다. 날이 밝자 젊은 스님은 주지에게 가서 꿈 이야기를 바로 실행하도록 권고하였다. 주지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당치 않다며 일축하였다.
젊은 스님은 할 수 없이 삼일 불공을 드리며 부처님께 간청하였다. “소승의 힘으로는 도저히 주지의 사악한 마음을 돌이킬 수 없사오니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을 소승에게 내려주옵소서.” 젊은 스님은 곡기를 끊고 불공에 정신을 쏟았다. 삼일 불공을 마치고 법당 밖으로 나오니 주지는 어느 때처럼 거둔 곡물을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젊은 스님은 중생을 구하는 길이 바로 부처님을 섬기는 길이라고 마지막으로 권고하였다. 그의 간청을 들은 주지는 화를 벌컥 내며 “내가 벌어들인 재물은 장차 큰 법당을 새로 짓기 위해 모은 것이니 참견 마시오. 더 이상 내 일에 간섭하려거든 이 절을 떠나시오.”하였다. 그러나 젊은 스님은 법당을 지을 거라는 말은 거짓 핑계이고, 설령 그렇게 법당을 짓는다한들 부처님께서 받아주실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젊은 스님이 단호하게 말하였다. “나무관세음보살. 떠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할 일은 하고 떠나겠소. 심한 흉년으로 중생들은 부황이 나고 굶어죽는 이가 날로 느는데 어찌 불도의 길을 걷는 사람이 이런 참상을 보고만 있겠소.” 이에 주지는 “어디 마음대로 해 보시오.” 무시하듯 말하고는, 법당 쪽으로 가버렸다. 주지가 법당의 문고리에 손을 대자 갑자기 “으악!”하며 비명을 지르고는 쓰러져 뒹굴더니 죽어 버렸다. 이후 젊은 스님이 주지가 되어 사찰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곳간의 재물과 곡식을 마을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새 주지는 사찰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시주를 받고 불도를 펼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주지의 꿈에 황금부처가 나타나 “앞으로 큰 변이 있을 터인데 큰일이로다.”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놀라서 깬 주지는 변이 생기기 전에 황금부처를 옮기고자 고민하다 영험한 우물로 결정했다. 삼경이 지날 즘 아무 인적이 없을 때 황금부처를 보자기로 싸서 영험한 우물로 가니 신비롭게도 우물물이 모두 말라버렸다. 우물 바닥에 황금부처를 안치하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하며 합장 기도를 올린 후 돌을 쌓아 보이지 않게 하였다. 그러고 나니 다시 우물물이 채워졌다. 다음날 절에서는 황금부처가 사라졌다며 야단법석이 되었고 주지는 조용히 설명하고 누설 금지를 각별히 조심시켰다.
그후 얼마 있지 않아 서해안에 왜구가 침략하여 약탈을 일삼았다. 왜구들은 황금부처를 가져가려고 절에 들이닥쳤는데, 주지와 스님들은 뒷산으로 미리 피신하였다. 왜구는 빈 절을 에워싸고 황금부처를 찾다가 미처 피신하지 못한 한 스님을 발견하고는 칼로 협박하여 우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지는 멀리서 왜구들의 동태를 살펴보다 우물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왜구들에게 빼앗기지 않게 이 난국을 모면하게 해주옵소서.”하며 탄식하며 기도하였다.
왜구 한 놈이 우물에 발을 넣자 우물물이 말라버렸고,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왜구들이 좋아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우물 속에서 굉음이 나더니 불길이 솟구쳐 올라 우물 근처에 있던 왜구들의 머리를 쳤고 이를 보고 두려워진 다른 왜구들은 배를 타고 자기나라로 도망쳐버렸다. 주지가 내려와 우물을 살피니 다시 물이 솟아올랐다. 황금부처를 다시 법당으로 모시고자 준비할 때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고 광채가 찬란한 구름이 떠오르더니 우물 속에서 빛이 나오면서 황금부처가 떠올라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그 후로 영험한 우물과 황금불상의 얘기가 전해지면서 이 마을이름이 절골이라 불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우물의 위치는 잊히게 되었는데, 절골 어느 곳인가 우물이 있고 그 속에는 황금불상이 묻혀있을 것이라 전해진다.
[모티프 분석]
「황금불상과 절골 우물」설화는 불교적 성격이 강한 사찰전설로 우물과 황금불상의 영험한 이적 내용이 결부되어 있다. 주요 모티프는 우물과 황금불상의 영험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사찰의 우물물은 일차적으로는 맑고 깨끗한 것에 무병장수를 하게 하는 효험을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 거기에 더해 황금부처를 숨길 때 물이 저절로 빠졌다가 다시 차오르고, 왜구를 징치할 때는 불길이 솟구쳤다 황금부처가 현현할 때는 찬란한 빛이 솟아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황금부처는 현몽하여 변란을 미리 예언하며 악인을 심판하고 징치하는 신적 존재로 나타난다. 이것은 우물과 황금부처가 속한 절의 행적으로, 현몽과 기적이라는 환상적인 신이담을 통해 종교성이 강조된다.
「황금불상과 절골 우물」 설화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에는 악한 주지를 징치하고 선한 젊은 승려가 새로운 주지가 되는 권력 구조의 재배치 과정이 나타난다. 후반부에는 왜구의 침략을 피해 불상을 숨기고 왜구를 축출하는 내용이다. 전후반부를 관통하는 주제는 악행을 저지르면 황금부처의 의해 징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부처가 선악의 심판자이자 약자의 수호자로서 인간사에 개입하여 신력을 발휘해주길 바라는 민중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