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완주군 용진읍 구억리에 있는 삼국시대 산성.

[개설]

완주군 용진읍 구억리 원구억마을 북쪽의 구릉지[해발 60m]에 위치한다. 『조선보물고적자료』에 의하면 ‘龍進面一里, 土城址 周圍 約 五百間, 高六尺 乃至 十尺 거의 完全함’이라 기록되어 있다. 나지막한 구릉의 능선과 북쪽의 평지를 아우르는 포곡식 산성[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주변 계곡 일대를 돌아가며 벽을 쌓는 방식]으로 둘레는 980m 내외이며, 토성으로 추정된다. 성벽은 비교적 잘 남아 있지만, 산성의 내부는 계단식 밭으로 개간되면서 대부분 훼손되었다. 구억리산성은 1970년 전영래 교수가 『전북 고대산성조사보고서』를 통해 처음 보고했으며 그 이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2016년 문화재청 긴급발굴조사의 일환으로 군산대학교 박물관에서 구억리산성 내 동쪽 대지와 성벽에 대한 시굴 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결과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위치]

완주군 용진읍 구억리 화개마을에서 권삼득로를 따라 남쪽으로 500m 가량 진입하면 산성의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구억리산성이 위치한 완주군 용진읍의 서쪽과 북쪽은 만경강 본류와 그 지류인 고산천, 소양천 등이 합류하는 곳으로 나지막한 구릉지와 드넓은 충적 대지가 조화롭게 형성되어 있으며, 동쪽에는 전북 지역을 서부 평야지대와 동부 산악지대로 갈라놓는 호남정맥의 험준한 산줄기가 이어져 있다. 만경강 본류와 소양천, 고산천 주변에는 완주 상운리 유적을 비롯해 수계리 유적, 배매산 유적 등이 자리하고 있고 ‘주정리’, ‘초포’ 등의 지명이 남아 있어 과거 배가 드나들었던 수륙교통로임을 보여준다.

[형태]

구억리산성의 전체적인 형태는 북쪽에 열려 있는 ‘U’자형이며, 둘레 980m 내외의 포곡식 토축산성이다.

[현황]

현재 육안으로도 성벽의 흔적이 관찰되며, 구억리산성 안쪽의 지표상에 삼국 시대 토기 조각과 기와 조각 등이 흩어져 있다. 2016년 군산대학교 박물관에서 구억리산성의 현황을 대략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유적의 적절한 보존대책을 모색하고자 산성 내 동쪽의 평탄 대지 및 성벽을 대상으로 시굴 조사가 실시되었다. 조사 결과 인위적으로 축조된 토성벽이 확인되었으며, 성벽 내측에서 집터 등의 생활유적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와 함께 원삼국~삼국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는데, 삼국시대 유물의 경우, 백제 토기가 주를 이루지만 일부 가야와 신라 토기 조각도 확인되었다. 출토된 유물의 기종은 뚜껑접시, 굽다리접시 등의 의례용 토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질적인 토기가 일부 확인되는데, 이는 완주군 배매산 유적의 양상과 유사하다.

[의의와 평가]

현재까지 지표조사와 시굴 조사만이 이루어져 정확한 성격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유적의 현황과 수습된 유물, 지리적 위치를 고려해 볼 때, 구억리산성은 백제, 가야, 신라 등 삼국시대 내륙·수륙교통로를 통한 동-서 문물교류의 중심지로서 생활유적과 의례 공간, 방어시설 등을 갖춘 복합유적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라북도 지역 최대의 분구묘[분구를 먼저 조성한 다음 그 안에 매장시설을 설치하는 무덤] 유적으로 알려진 완주 상운리 유적과 인접해 있어 서로 간에 연관성이 깊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억리산성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완주군의 고대문화를 밝힐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향후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