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7901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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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雲岳山- 精氣- - 栗吉里 -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기도 가평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신다혜 |
[정의]
경기도 가평군 특산물인 운악산 율길리 포도를 통해 본 가평군민의 삶 이야기.
[율길리의 전래와 특징]
경기도 가평군 상면에 속하는 율길리는 행정 구역상 가평군의 법정리이다. 원래는 예로부터 밤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어서 ‘율길리·뱅기리·밤기리’ 등으로 불려왔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밤이 마을에 많이 있어 ‘밤기리’ 혹은 ‘뱀길리’라고 부르던 것이 ‘율길리’가 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혹은 반길이-밤길이-뱅길이로 부던 것을 뱅 자는 ‘율(栗)’자를 쓰고 길은 ‘길(吉)’자를 쓰게 된 것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서쪽으로는 수원산, 서남쪽으로는 봉수천, 동북쪽으로는 운악산, 남쪽으로는 개주산이 위치하고 있어 산 사이에 낮은 산지 지형으로 위치하고 있다. 양지·장막거리·자작골·솔안·수역 등의 자연 마을이 구성되어 있으며, ‘양지’라는 지명은 양지바른 곳에 있다는 의미를, 장막거리는 예전에 군대가 마을에 장막을 펼쳤다는 의미를, 자작골은 자작나무가 많다는 의미를, 솔안은 솔숲이 있었다는 의미 등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운학산의 기후와 포도]
이처럼 율길리는 예전에는 밤이 많은 고을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처럼 포도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부터로 이후 포도 생산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가평군은 중부 내륙 산악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한서의 차이가 심한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가지고 연평균 기온 10.5도, 1월 평균기온 -6.6도, 8월 평균 기온 25.3도 이며, 지형성 강우가 많은 대한민국 3대 다우지(多雨地) 중 하나에 속하고 연평균 강수량은 1,336㎜로 8월 평균강수량은 300㎜를 상회, 1월 평균강수량은 30㎜정도에 머문다. 마찬가지로 운악산 또한 가평군처럼 중부내륙지방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륙성기후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연평균 기온은 11.4도, 연평균 강수량은 1,471㎜ 정도이다. 연평균 약 12도 정도의 서늘한 기후와 10도 이상의 일교차가 나는 운악산의 이러한 기후는 포도의 당도를 높이는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운악산 해발 고도를 중심으로 포도 면적을 살펴보면 200~380m 정도의 고도에 약 60%의 포도 재배지가 분포되어 있어 평균적으로 높은 지역에 권역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경사도는 0~40도 정도에 분포되어 있고 평균 20.8도의 경사 구역에 재배 면적이 펼쳐져 있다. 포도를 재배함에 있어서는 당연하지만 당도가 높은 포도를 재배해야 하는데 이러한 포도를 재배하기 위하여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많이 나고 해발 고도가 높은 가평군 운악산 일대의 기후 조건은 더할나위 없이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율길리에 가면 대부분의 평지 위에 하우스로 되어 있는 포도밭이 많은 것은 이러한 조건이 맞아서 형성된 것이기도 하다.
[포도 재배의 시작과 확산]
가평군에서 맨 처음 포도 재배가 시작된 곳은 상면 율길리이다. 대략 1978년 정도에 남양주시에서 신대균이라는 사람이 포도를 출하하는 것을 보고 가평의 농업인 중 한사람이 이를 접목하여서 율길리에서 포도 재배한 것을 그 시작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도가 재배되기 이전에는 상면에서도 가평군 특산물인 잣이 생산되었는데 포도가 재배된 이후부터는 포도 재배 농가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포도는 경기도 중부 이남인 안성같은 지역에서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가 율길리에서 포도가 재배되는 것을 보고 이듬해 6명이 새로 시작하고 그 다음에 안정이 되니까 율길리 전역에 포도 농가가 많아지면서 인근 동네인 상면 원흥리에서도 1990년 이후부터 시작하고 그 이후부터는 조종면, 북면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모든 과실나무는 당도로 상품을 가늠하는데 그 특유의 맛을 내는데 있어서 주야 온도차가 많이 나고 해발 고도가 높은 운악산이 포도 재배에는 적합했던 것이다.
[포도 재배의 현황]
2019년 현재 가평군 상면에서 재배되는 품목은 사과·배·포도·자두·대추·아로이나·블루베리 등이 있지만 당연 포도가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율길리에서 나는 주요 포도 품종은 ‘캠벨’이라고 불리우는 캠벨 얼리(Campbell early)이다. 1892년 미국에서 개발된 포도 품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품종이며 전체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흔히 농가를 지나가다가 비가림을 하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하얀 봉지를 씌워 둔 포도의 품종이 바로 이 캠벨이다. 2019년 포도 생산은 14개의 작목반[유명산·운악산·원흥리·서리산·조종·운악연인·상면·봉수리·율길1리·율길1리영농법인·율길2리·율길2리영농법인·운악1포도영농법인] 371개 농가가 총 생산량 5,087톤에 203억 4천 7백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작목반은 포도를 농협에 출하할 수 있는 단체를 개념화한 것으로 5명 이상이면 결성이 가능한데 이를 모아서 가평포도연구회라는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가평포도연구회는 회장 1명, 부회장 1명, 사무장 1명, 총무 1명, 감사 2명의 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역별 작목반을 모아서 결성한 단체이다. 농협에 출하하는 물량을 제외하고는 개별 출하를 하거나 약 20농가 내외는 무농약 재배 및 유기농 재배를 하여서 경기도 학교 급식에 출하하고 있다. 2002년 9월에는 율길리를 시작으로 확산된 포도 생산량으로 운악산과 유명산 기슭에서 생산된 포도 등을 중심으로 제1회 가평포도축제를 경춘국도 도로변에서 시작하여서 2010년 중반까지 계속하여 왔지만 최근에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2018년에는 가평군 포도 농가들과 가평군에서 동남아시아 쪽으로 수출을 하려고 시도하였으며 2019년에도 이와 같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로도 판로를 개척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과 포도 생산의 다변화]
가평군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춘천으로 가는 철도와 도로의 개편으로 인한 것이라면 상면 율길리 포도 농가들의 큰 변화 중 하나는 37번 국도의 현대화와 연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원래는 1981년 경상남도 거창군에서 경기도 파주시로 이어지는 계획으로 시작되어 총 연장 약 400㎞에 이르는 이 도로는 1995년 양평군 양평읍에서 가평군 설악면에 이르는 11.177㎞ 구간이 개통되었고 1996년에는 가평군 설악면 회곡리에서 청평면 청평리에 이르는 2.7㎞ 구간이, 1998년에는 청평면 청평리의 청평대교와 조종교 구간이, 2000년에는 상면 연하리 400m 구간이, 2011년에는 상면 연하리에서 항사리에 이르는 1.5㎞ 구간과 연하리에서 포천시 내촌면에 이르는 9.2㎞ 구간, 항사리에서 청평면 하천리에 이르는 8.4㎞ 구간이 개통되었다. 가평군에서는 상면, 조종면, 청평면, 설악면을 경유하는 총 53.220㎞ 구간의 도로가 현대화 된 것이다. 37번 국도가 연장 및 새롭게 개통되기 이전에는 옛 도로 구간에 직판장을 열어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직접 포도를 판매하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며 삶을 꾸려왔는데 자동차 전용도로라고 불리울 수 있는 현대의 도로는 옛 도로처럼 구불구불하고 속도를 일정정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통과’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새로 개통된 국도에 직판장을 개설하더라도 이전에 비해서 포도를 판매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가평군도 여름에 고온 현상이나 열대야와 현상이 많이 발생하여 포도의 작황이 예전보다 못한 부분이 생기고 있다. 1980년대부터 포도 생산으로 일가를 꾸리고 자식들을 건사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던 포도 농가들에게는 이와 같은 변화로 포도 작황이 다소 어려워지더라도 쉽게 작물을 다른것으로 바꿀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들에게 포도는 단순히 작물이 아니라 평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한 ‘삶’ 그 자체였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평군 포도 농가들은 2019년에도 새롭게 변화한 환경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포도의 품종도 캠벨에서 ‘씨없는 포도’로 불리우는 샤인머스캣(Shine Muscat) 품종으로 변화도 시도하여 2017년부터는 상면 율길리 및 조종면 신하리 일대 20여 농가 4㏊에서 포도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여 씨 없는 삼색 포도[청색의 청향, 흑색의 블랙스타 및 스위트드림, 홍색의 레드드림]를 재배하였고, 가평군에서 추위에 강한 품종과 씨없는 포도를 접목해 지역 특성화 신품종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2016년부터는 겨울 농한기에는 휴경지나 다름없었던 포도밭에 기존의 비가림 시설을 이용하여 굴비 덕장을 만들어 겨울철 농토 활용을 통한 농가 경비 절감 및 농가 소득의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이렇듯 가평군 상면 율길리의 포도는 비록 전통적인 농가 작물은 아니였지만 가평군 포도 농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삶’ 그 자체 였고 앞으로도 자신의 삶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해 나가며 가평의 특산물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세대를 이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