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602271 |
---|---|
한자 | 吉兆語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기도 부천시 |
집필자 | 한도훈 |
[정의]
경기도 부천 지역에서 마을 주민들이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복을 받게 하거나 동네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말.
[개설]
부천의 양반 가문들은 부평향교 같은 곳에서 유학을 배웠지만 일반 주민들은 온종일 일해서 먹고 사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관직에 나아간다거나 하는 것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기에 그런 것은 꿈속에서조차 바라지 않았다. 대신 집안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남편은 술 안 먹고 일 잘하고, 아내는 건강한 아이를 쑥쑥 낳아주는 것이 소박한 길조어의 바람이었다.
[부천에서 행해진 길조어 특징]
길조어는 우리나라 명절 기간에 행해지는 특징이 있다. 정월 초하루날이나 대보름날, 한식날, 오월 단오날, 팔월 한가위, 추운 동지날에 덕담처럼 집안 식구끼리 주고 받는 말이었다. 명절 때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집안 식구들도 전부 자신의 고향이나 둥지로 찾아들게 마련이다. 아주 기쁜 날이고 행복한 날이다. 이런 날엔 금기어 대신에 덕담이나 길조어를 나누어야 복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부터 내려온 조상들을 잘 섬겨야 집안에 복이 온다든지 하는 것은 우리나라 전역의 공통된 유교 철학이다. 집안을 벗어나 객지 생활을 하더라도 비오는 날보다는 날씨가 화사한 날을 더 선호하게 마련이다. 농사를 짓는데도 알맞게 내리쬐는 볕이 복을 가져다 준다. 때 맞춰 내리는 비도 풍년을 가져다 주는 것이기에 길조이다.
예전 부천은 주로 농사를 지었기에 농사와 관련된 길조어들이 대부분이었다. 농사가 잘되어 풍년이 들면 풍족하게 먹을 수 있지만 흉년이 들면 하루 세끼 건사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기능]
금기어는 ‘하지 마라’가 주된 언어이지만 길조어는 반대로 ‘적극적으로 해라’가 주된 권고 언어이다.
그 ‘해라’의 의미는 인간에게 이로운 것, 긍정적인 것, 생산적인 것, 탄생을 축하는 것, 복을 가져다 주는 것, 건강을 가져다 주는 것, 풍년을 약속해주는 것 등이다.
이 길조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의 삶이 다채롭고 흥미롭다. 어린 성장시절부터 꾸는 꿈부터 길조어는 시작되기 때문이다. 꿈조차 복을 가져다주는 꿈을 꾸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꿈도 길한 꿈, 흉한 꿈으로 나누어 해석했다. 흉측한 꿈일지라도 될 수 있으면 길한 쪽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집안에 큰 경사가 나는 아이를 낳는 일은 복 중의 가장 큰 홍복이다. 아이가 건강하고 튼실하게 태어났다면 집안 전체가 웃음꽃이 활짝 핀다. 반대로 병치레를 하거나 장애우로 태어났다면 집안의 우환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기에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행복하고 즐거운 꿈만 꾸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입고 좋은 것만 행하는 것이다. 거기에 모든 길조어가 다 들어 있다.
예전에는 까치가 찾아들면 좋은 소식이 온다는 길조어였지만 지금은 까치가 많아지면 과수를 갉아먹는 아주 나쁜 징조를 가져다 준다. 그러기에 까치와 관련된 길조어들은 서서히 다른 말들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것은 세대가 현대로 변해갈 수록 옛길조어도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부천 지역에 전해지는 길조어]
부천 지역은 굴포천을 중심으로 해서 평야가 펼쳐진 게 특징이다. 이렇게 드넓은 평야를 갖게 된 것은 근대 이후이고, 조선시대 이전에는 척박한 땅만 있었다. 산등성이나 하천변 언저리에서 벼농사나 밭농사를 짓고 살았다.
큰 강인 한강이 가까이 있지만 그 혜택을 별로 보지는 못했다. 그 대신 성주산, 앞뫼, 상산, 멀미, 도당산, 상살미, 소개미산, 은데미산, 봉배산, 소탈미, 할미산, 연아봉, 삼태봉, 함박산, 숙공산, 바우백이, 건지산, 갈가메 등 낮은 산자락만 있었다. 골짜기도 깊지 않아 물도 풍족하지 않았다.
굴포천을 중심으로 해서 수많은 보를 막아 농토를 일구어낸 끈기와 인내심으로 농사를 지었다. 그래서 논마다 수많은 이름이 붙어 있고 그 이름마다 오천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부천에서 행해진 길조어는 이들 농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금기어의 반대로 작용하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남아 있어 채록된 길조어는 그리 많지 않다. 부천이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길조어들이 소멸해버리거나 채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인한 날 해가 쨍쨍하면 재수가 좋다”는 말은 그래서 빛이 난다. 일생일대의 혼인날 비가 오고 날이 흐리면 혼인잔치에 모인 동네 사람들도 흥이 별로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가 쨍쨍하면 결혼하는 당사자도, 동네 사람들도 모두 흥이 나서 즐겁고 행복한 잔치가 되었을 것이다.
“결혼식 날 밤에 눈이 오면 좋다”는 길조어이다. 눈이 많이 오면 수량이 풍부해지고 농사짓기에 편해진다는 말이다. 풍년이 들면 집안에 곡식이 넘쳐나서 저절로 복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단오날 상추에 맺힌 이슬을 얼굴에 바르면 예뻐진다”는 길조어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인들은 예뻐지는 것이 소박한 소망이었다. 상추에 맺힌 이슬을 바를 정도로 정성을 다하면 예뻐진다는 의미이다. 부천의 여인들은 이렇게 열성적으로 아름다움을 가꾸었다.
“마을 주산 오른쪽으로 보름달이 뜨면 그해는 풍년이 든다”는 길조어이다. 풍년이나 흉년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이 동반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알맞게 내려주는 비는 절대적이다. 달을 보고 비가 많이 올지 적게 올지를 점친 부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