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6B02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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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작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조택희 |
“복숭아나무 중간 중간에 거름을 주기 위해 큰 구덩이를 파서 인분을 받고 그대로 썩혀서 활용하곤 했지.”
뒷간과 사돈집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작동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할 말이다. 왜냐하면 깊은 산골짜기에서 농사를 짓는 데 인분이라는 천연비료만큼 농민의 근심을 덜어주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뒷간 즉 변소는 둥그런 녹강(시멘트로 만든 원통의 못)이나 커다란 장독을 묻어 판자를 양쪽에 못 박아 걸쳐 놓고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보던 뒷간이 있었다. 볼일을 보면 분비물이 바닥에 떨어져 고이게 되고 이것은 농작물에 지배하는 데 필수적인 자연 인분비료가 되었다. 물론 그 때문에 각종 기생충에 감염되어 얼굴이 누렇게 변한 환자도 많았다고 하니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일이다. 작동 마을 주민들은 상품성 있는 채소를 생산하기 위해 인분 구덩이를 파 놓고 쓰는 방법을 채택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인분이 줄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하지 못해 종종 위험한 일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복숭아나무 중간 중간에 거름을 주기 위해 큰 구덩이를 파서 인분을 받았거든. 그래서 아주 어린 아이들의 경우 잘못하면 구덩이에 빠져서 큰 낭패를 보곤 했지. 들리는 이야기로는 구덩이에 빠져서 죽은 아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특별한 뚜껑 같은 장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예고된 사고라고 할 수 있었어.”
하지만 인분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다른 비료와 대체하지 않았다. 비료 값이 비싸서 인분을 대체할 엄두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값비싼 비료를 사서 복숭아밭에 활용하게 되면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오히려 재배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비료효과는 탁월하면서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위생공사에 보관되어 있는 인분이었다. 인분을 복숭아밭에 활용하면 복숭아를 재배하는 사람이나 위생공사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민들은 서울 위생공사에서 주는 인분을 제공받아서 곳곳에 구덩이를 파고 그대로 삭힌 후, 그것과 비료를 조금 섞어서 사용했다.
하지만 값이 싼 대신 부작용도 많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고약한 인분의 냄새가 온 동네를 휩쓸었던 것이다.(한경택, 복숭아 과수원 주인, 1942년생)
인분이 주는 고약한 냄새에 코를 움켜잡으면서도 수확을 생각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을 마을 사람들, 그 웃음이 지금 막 따 낸 사과처럼 싱그럽다. 인분의 고약한 냄새와 달콤한 과실향이 얼핏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지만, 이 시절 인분은 달콤한 과실향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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