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나가면 ‘짠짠바라’ 사무라이 칼싸움하는 영화를 해줬어. 그럼 극장 뒤로 숨어서 들어가는 것을 여러 번 했지.”

요즘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놀거리가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50~60년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놀거리 없이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작고 아담한 동네에서 동네방네 아이들이 함께 뛰어노는 즐거움이 있었다. 서로 만나서 몰려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였던 것이다.

“어릴 적에는 뒷동산, 마당에서 공치고, 자치기하고, 찜볼하고, 제기치고, 떼치기하고 기타 등등 많이 했지. 산에는 나무도 하러가고. 그때는 초등학교 다녀도 나무를 하러가야 해서... 나무를 해다가 때야 하니까... 부모님이 나무해 와라 하면 지게를 질질 끌고 가서 나무를 해오지, 새끼줄을 가지고 가서 대가리 붙잡아 메 가지고 오고. 그때는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오후가 되면 소를 데리고 풀도 뜯겨야 하고, 풀을 베어놔야 되고, 여러 가지 다 해야 했어. 학교만 갔다 오면 집안일은 챙겨서 했었지. 그래도 내가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우등생을 했어.”(박병설, 지역 원로, 1929년생)

지금처럼 텔레비전 같은 영상매체들이 없던 시절이라 그냥 집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뛰어노는 것이 전부였던 그 시절, 부천에도 극장이 생겨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때만 해도 인구가 적잖아. 초등학교 때 왕초노릇을 한다고 3, 4학년이 되면... 그런데 내가 장난이 좀 심한 사람이야. 그래서 저녁 먹고 나가서 ‘짠짠바라’ 사무라이 칼싸움하는 것들, 그런 영화를 해줬어. 그럼 극장 뒤로 숨어서 몰래 보는 것을 여러 번 했지.”(박병설, 지역 원로, 1929년생)

당시에는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할 때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선물 중 하나였다. 그만큼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어린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약간 과장한다면 마을사람들 중에 혹시 읍내에 나가 영화라도 보았다는 소문이 들리면 그날 밤 그 집에 너나 할 것 없이 몰려가서 영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주인은 자신이 가진 말솜씨를 총동원하여 그럴듯하게 영화 이야기를 풀어 놓아야만 했다. 마을사람들은 그가 그냥 주워섬기는 말인지도 모르는 채 때로는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눈물도 글썽이며 혼자만의 감동에 젖어들었다.

당시의 극장 주변에는 이 동네 저 동네에서 몰려든 어린아이들이 많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입장료도 없이 공연히 마음이 들떠서 나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비단 돈이 없는 몇몇의 아이들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었다. 부모님에게서 입장료를 타낸다는 건 아예 꿈도 꿀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냥 무작정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의 주변에라도 모여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두 모여 있다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잽싸게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거의 다 끝나가는 영화라 하더라도 신나는 마음으로 보기도 하였다. 돈이 없어서 처음부터 전체를 다 볼 수 없지만 당시만 해도 마냥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박병설 할아버지도 이런 옛 모습을 회상하면서 살짝 미소를 머금으셨다.

[정보제공]

• •  박병설(지역 원로, 1929년생)